12. 6. 30.

안철수, 박경철 그리고 김제동

안철수씨와 박경철가 출연하는 MBC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 나왔던 질문들과
마음에 와닿는 답변을 몇자 적어볼까해.



1. 21세기 리더쉽이란?

21세기 이전 리더쉽은 리더가 대중을 선택하고 이끌어 가던시대였다면, 21세기 리더쉽은대중이 리더를 선택하는 시대이다. 공감과 연대 수직이 아닌 수평 직렬이 아닌 병렬의 마인드를 가진사람만이 새로운 리더쉽의 주인이 될수 있다. (예전 읽었던 언리더쉽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말을 하셨는데, 21세기 리더는 대중에게 나서는 것이 아닌 리더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드는것이다라는 구절이 인상깊었어)


2.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시죠?

(안)하루종일 박사논문을 쓴다는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 도저히 시간은 없는데, 이건 해야만 되는 일이잖아요. 새벽 시간은 만들 수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새벽 3시에 일어났어요. 그 다음 날부터 새벽 3시에일어나서 6시까지는 바이러스 백신 만드는 일을 하고 나머지는 하루종일 열심히 의사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게 시작이 됐던 거고요. 처음에 한 두번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7년 내내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데 그게 아마 보통 같았으면 없었을 시간이죠. 자고 있었겠죠. 그런 경험들을 몇 번 하다 보니까 제가 깨달았던 게 시간은 절대적인 게 아니더라구요. 절대적으로 주어지고 모든 사람한테 똑같은 게 시간이 아니라 시간은 상대적이고요. 시간은 만들면 만들어져요.

3. 안철수씨, 박경철씨는 안정적인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셨는데요. 당시 그런 도전을 하실때 따라오는 실패에 대한 리스크때문에 두려워 하시거나 그런것은 없으신가요.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계시죠?

안정(보증)이라는것은 흔히 물건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물건에 비유를 해보도록 하죠.
우리가 흔히 개런티(보증)라고 말을 할 때 예를들어 자동차의 개런티는 품질보증이 있죠. 보증이라는 것은 자동차를 살때 3년간 품질보증 개런티 카드를 받잖아요. 이건 물건에 대한 거잖아요. 보증이라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을 개런티로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내 인생의 가치는 뭔가 달라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고 어제보다 오늘이 달라야 되고 오늘보다 내일이 달라야 하는데, 어떻게 안정이고 보증이고

"현재 이건 충분해 "라는 '난 이만하면 됐어'라는 보증과 안정이 내 삶을 결정짓는 요소는 전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이라는 전제는 일단 틀린 것이고 두번째 다른 일을 할 때의 선택은 현재 어떤 것을 소홀히 하거나 그것을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것이 자신 없으니까 다른일을 해볼까?' '이건 내 적성에 맞니 않다'이렇게 말하는 데서 사실은 적성에 맞지 않는것이 아니라 이것을 잘할 자신이 없다는것을 스스로 내가 위선을 떨고 있진 않는가에 대한 자문을 해봐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충분히 잘할 수 있을 때 다른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 현재를 회피하기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말한 최선이란 말의 정의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완벽하게 하신 분은 조정래 선생님입니다. "최선이라는 말은 이 순간 내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 시킬 수 있을 때 쓸수 있는 말이다" 돌아보죠 내 노력이 나를 감동시킨적이 얼마나 있는가?


4.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이말이 옳바른 기업정신 일까요?

'기업의 목적은 수익창출이다'그게 국민 상식 같죠? 그런데 사실 그건 틀린 말이예요. 왜 그런가 하면..
예를들어 기업의 목적이 수익창출이라는 걸 너무 지나치게 믿고 그쪽 방향으로 가다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만 창출하면 된다고 스스로 정당화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면(예를들면) 불량식품을 만들어요.

그러면 자기는 돈을 버는데 그 불량 식품을 먹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아프고 사회가 나빠지잖아요. 사회 전체로 보면 그건 오히려 없는게 더 좋은 암적인 존재, 범죄집단이잖아요.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인식하고 할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죠.


5. 특별한 자녀교육?

자녀에게 사랑 받고 자랐다는 기억을 심어줄 것!(박)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관, 결론 짓는 답은 하지 않는다.(박)
자녀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도록!(안)


6. "도전, 용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고 얘기하기에는 미안한 시대?

(박)"늘 도전하라 용기 내라 또 과감히 남이 가지 않을 길을 가거라" 라고 얘기하기엔 좀 미안한 시대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이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느냐 현상을 바라보지 않고 본질만 보면 본질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뭔가 독점과 과점이 이루어져 있다.우리가 전체를 다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 기회 문제만 보죠. 재벌 기업을 보세요. 큰 따님이 광고 회사를 차립니다. 그 그룹의 모든 광고를 가져갑니다. 심지어는 해외 광고까지 다 가져갑니다. 순식간에 국내 1,2위의 광고 회사로 성장을 하죠. 큰 따님은 큰 부자가 되시죠.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광고를 꿈꾸는 젊은 광고인으로서 내가 작은 광고 회사로 성장해서 언젠가 내가 광고를 재패하겠다는 그 사람들에게 젋은 청년들의 기회는 그걸로 인해 다 사라졌습니다. 그런 기회들을 전 대기업들이 만들면 수많은 벤처를 꿈꿨던 젊은 이들과 벤처기업들은 아무것도 없이 그 밑에 종속되어서 미래가 없는 희망없이 주저앉고 이런 이들이 독점 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는 거대한 피해잖아요.

(김)그런 얘기도 합니다. 사실 어떤 분들은 눈높이 좀 낮춰라 중소기업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

(박)중소기업도 내가 지금 가서 일을 했을 때 지금은 미약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높은 성과를(인정받고) 우리 같이 회사가 성장하고 나의 미래도 발전할 수 있다고 믿으면 저는 과감하게 청년들에게 얘기하겠습니다. 명문대 비싼 학비 내서 가지말고 중소기업 가세요. 그런데 (대기업 수익률은) 2010년 2009년 이후로 창사 이래 최고입니다. 그러면 그에 관련된 협력업체나 하청업체는 창사 이래 최고의 수익을 내는게 맞잖아요. 그런데 3년간 적자입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까 더 재미있습니다. 혹시 이익을 냈다고 하면 단가를 낯추라고 할까 봐 어떻게든지 이윤을 줄어야만 했다. 이 모습에서 중소기업의 미래 그런 회사를 다니시겠습까?

(안)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그런 대우 격차가 지금 정도로 과도하고 비정상적으로 심하지 않는 상태면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택할 수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구조만 된다면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현재 대학교까지 좋업한 사람들을 막노동판에 일자리 있는데 왜 거기 안 가느냐라고 하는것은,
그건 굉장히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봅니다. 그런 것들이 그 전체 조직 시스템을 관장하는 분들이 고민해야 되는 몫인 거죠.

(박)투 트랙으로 한쪽에서는 자기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부당하게 편중되어 왔던 시혜와 특혜와 그리고 그에 따른 관용까지도 평등화애서 같이 나누는 것이 투 트랙으로 맞는 방법이니까 이제 이것을 고민하고 나아가면 되는 거죠.

(안)문제를 풀기 위해서 가장 선제 조건은 그 문제 인식의 공유거든요. 문제가 있다고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문제 해결은 아예 시작이 안되는 거죠. 그래서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함께 공유해보자는 게 이런 강연의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 나 자신에게 감동을 준 최선이라는것을 나는 언제 해봤을까?
입시할때 남들보다 2배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서..2시간 일찍, 그리고 2시간 늦게까지 남아서 했던 기억이 나는 감동시킨적이 있다.

그리고..예전에 인디밴드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싶은데,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들이 없어 무작정
명함과 전단지를 만들어서, 홍대와 대학로 주변에 붙이러 다니고 기타를 매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을 걸어 명함도 주고, 실용음악학원에가서 전단지 붙이고 명함도 주면서 나를 감동시킨적이 있다.그리고..영어 공부한다고 하루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에 달려가 공부를 했고, 코피도 쏫으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나를 감동시킨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은편은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대체 무엇이 문제여서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한걸까?..아마도 그 미친노력이 3달이상 지속되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점, 너무 한쪽에만 치중해서 균형있게 발전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지고 싶다..너무 괴롭다 달라지고 싶다.

너에게는 미친노력은 있지만 꾸준히 하는 근성은 많이 부족하다. 이번에는 근성을 기르고 무슨일이 있든 노력과 함께 완주하자!

12. 6. 29.

로또 500회 시각화 분석

연합뉴스에서 로또 500회 역사를 시각화한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medialabs/lotto/lotto.html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데이터 시각화,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는 점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작품의 경우 나쁜 시각화의 전형이라고 할만큼 문제가 많은 것 같아서 비판(당연히 주관적입니다)을 해보고자 합니다.


1. 색상과 레이아웃:

어두운 회색 배경에 흰색/밝은 회색 글씨로 구성되어 있어서 눈이 매우 피곤합니다.
게다가 배경의 땡땡이 텍스쳐가 가독성을 더욱 낮추고 있습니다. 명도차(연한 무채색 배경에 약간 진한 무채색 땡땡이 사이의 명도차)로 구성된 오밀조밀한 텍스쳐는 가독성을 해치는 전형적 사례입니다. (명도대비는 색상대비에 비해 오밀조밀한 디테일을 잘 담아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더 잘 담아낸다는 것은 지각적으로 튀어보인다는 뜻이죠. 의미 없는 배경이 튀어보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명도대비의 이러한 특성은 fovea에 rod들이 배치된 패턴과 뇌에서 명도채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기인)

잘못된 색 조합 때문에 가독성이 이렇게 낮은데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글씨들의 크기는 너무 작아서 2560*1280 모니터에서 전체 화면으로 봐도 잘 안읽힙니다.

숫자만 보아도 의미와 흐름이 한 눈에 보인다면 상관 없지만 숫자만 봐서는 뭐가 뭔지 전혀 알 수도 없습니다.

각 섹션의 제목을 나타내는 색상(빨간색)과 강조색상(총 당첨금액의 숫자 부분 등)에 동일한 색상을 부여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잘못된 컬러코딩의 전형입니다.


2. 시각화하면 좋을만한 것은 시각화를 안하고, 시각화를 안해도 되는 것들은 시각화를 하고 있습니다

좌측의 회차별 당첨번호의 경우 로또 데이터의 성격상 당연히 시각화를 하면 랜덤 노이즈가 됩니다(로또가 원래 그런거라). "로또라는 것은 어차피 랜덤이니까 번호추천서비스 같은 것에 돈 쓰지 말고 그냥 아무 숫자나 찍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불필요하게 많은 공간을 쓰고 있죠.

좌측 하단의 번호별 당첨횟수 그래프는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하는 그래프가 되었습니다. 이 그래프는 "특정 번호를 찍으면 당첨될 가능성이 높아요"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죠. 물론 로또 당첨 번호는 랜덤이니 그럴 일은 없습니다(분포가 고르지 못한 것은 패턴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행이 500회 밖에 안됐기 때문입니다). 단, 당첨되었을 때 당첨금액을 높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남들이 안 찍을만한 번호를 찍으면 공동당첨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대값을 높일 수는 있겠습니다. 물론 그래봤자 안 사는게 이득.

우측의 시도별 1등 당첨자수는 인구수와 1등 당첨자수를 빈도를 보여주는데, 데이터의 특성상 특정 시도에 당첨자가 편향될리 없습니다. 결국 인구수와 당첨자수의 상관계수가 아마 0.8은 넘을텐데 두 개의 막대그래프로 그려봤자 저런 모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죠. 인구수 대비 당첨자수를 나타내는 그래프(S. Few가 말하는 deviation analysis) 등으로 대체하면 공간도 절약되고 의미도 있겠죠(적어도 어떤 지역에서 로또가 더 유행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요).

좌상단의 총당첨금액과 총판매금액은 "판매금액 대비 당첨금액이 훨씬 적으니 결국 로또를 사는 것은 손해이다"라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화하지 않고 그냥 숫자로 쓰고 있죠. 우측 상단의 당첨확률 그래프 오른쪽에 1 / n 형태로 나열된 숫자들의 경우 자리수가 다르기 때문에 숫자 자체가 log scale 막대그래프와 유사한 역할을 하여 크기를 짐작할 수 있기라도 하지만(multi-functioning elements), 당첨금액 대비 판매금액은 자리수도 같아서 그런 효과도 노릴 수 없습니다.

우측 하단의 시도별 1등 당첨자수 비교는 그야말로 무슨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넣고 싶은 것은 다 넣었는데 공간이 남아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아무거나 넣은 것이라고 밖에는 다른 설명을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상단의 시도별 그래프와 색상을 맞춰주는 것도 아닌데 지역별 무지개색 컬러코딩도 아무 의미가 없고요.


출처 : http://alankang.tistory.com/

12. 6. 28.

유튜브 '2조 대박男' 지금 허름한 사무실서…



유튜브를 만들어 무려 2조원에 매각한 남자가 달랑 200만원 밖에 없던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 그것도 본인이 선택해서 말이다. 바로 스티브 첸(34).

그는 2006년 유튜브를 16억5000만 달러에 구글에 매각하면서 '억만장자 구글러'가 되었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웠는지 보장된 삶을 뒤로 하고 2010년 말 구글을 떠나 실리콘밸리 산마테오(San Mateo)의 허름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가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던 곳. 대학을 중퇴하고 단돈 200달러와 담요 한 장 들고 실리콘밸리로 무작정 상경했던 그 시절의 설렘을 찾아서.

기자는 지난 20일 산마테오의 아보스(AVOS)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아보스는 스티브 첸이 유튜브의 공동창업자인 채드 헐리와 함께 구글을 나와 만든 회사이다. 세상 사람들과 실리콘밸리의 궁금증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곳. 도대체 아보스는 또 어떤 '대형사고'를 칠까?

스티브 첸이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그가 준비중인, 유튜브를 넘어선 새로운 인터넷서비스에 대해 언론사 최초로 인터뷰한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아보스 사무실은 생각보다 초라했다. 유일한 사치가 바로 입구의 당구대 하나. 2층으로 올라가는 작은 유리문에 'AVOS'라고 새겨진 표시가 회사를 안내하는 전부였다. 200여 평 휑한 사무실에는 있어야 할 것만 있었다. 책상, 컴퓨터, 소형캐비닛 그리고 사람들. 그의 방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산마테오 자체가 실리콘밸리에서는 외진 동네이다.

그런데 왜 이런 곳일까? 돈이야 어마어마하게 많을 텐데 말이다. 그가 이곳에 돌아왔을 때 인근 식당주인, 카페점원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고 한다. 그것도 그가 이곳으로 돌아온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어릴 때 나고 자랐던 고향 같은 곳이랄까? 유튜브를 시작했던 곳이거든요." 그는 코딩으로 밤을 새우고, 신용카드 돌려 막기를 하며 가슴 졸이던, 그런 유튜브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동영상이 뭔지도 모르고 유튜브 시작했다"
모두 다 갖춰서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시작이 아니다. 아니, 다 준비되고 나서 시작하겠다는 것은 시작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는 유튜브를 아무 준비 없이 시작했다. 동영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다니까 말이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사실 동영상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그냥 아이디어였을 뿐이었죠. 슈퍼볼 공연에서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사고가 있었는데 그 영상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이걸 우리가 대신 찾아주면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워할까, 그 정도 생각에서 출발했던 거죠. 페이팔(유튜브 창업이전 몸담았던 온라인결제시스템회사)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다들 온라인결제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꼭 필요한 아이디어였고, 그래서 덤볐고, 그래서 해냈던 겁니다."

오죽했으면 유튜브 창업스토리를 꾸며냈을까. 어떤 스토리도 없었기에, 그저 언뜻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천했던 것뿐이었기에,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창업스토리를 그럴싸하게 꾸며댈 수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파티에서 찍은 동영상을 참석자들과 공유할 방법이 없어서 동영상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는, 지금까지 알려진 스토리는 사실 홍보 차원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힘주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한참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나서는 이렇게 말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아니 어떻게 해야 하다니요? 정답은 분명하거든요. 그냥 직장 그만두고 나와서 회사를 만들면 됩니다. 해답은 뻔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렇게 못해요. 실패할까 무섭거든요. 그래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겁니다. 실패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한번 해보라고 말이죠(not being afraid to fail, that's the key to just try)."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재미 있다"
20대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난 이후 그의 인생이 화려하게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그는 2007년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절을 했고, 이어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성공의 정점에서 말이다.

"발작이란 것이 꼭 밤에만 일어나더라고요. 아침에 눈을 뜨면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했는데, 둘러보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응급실인 겁니다. 수술을 하고 난 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왜 '오늘 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라'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그는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닌 적이 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겠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그는 요리와 골프, 카메라에 푹 빠졌다. "가장 비싼 골프채를 사고, 가장 비싼 카메라를 샀죠. 그런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재미를 못 느끼니깐 늘지도 않아요. 또 한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죠. 뭔지 아세요? 바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더라고요."

유튜브로 세상을 바꾼 스티브 첸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거창한 것도 아니고, "실제 삶에 있어서 불편하고 힘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엔지니어의 본질이 아닐까.

"구글에 있을 때 채드와 저는 문을 잠그고 수많은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를 했죠.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수많은 문제들 말입니다. 그래서 함께 구글을 떠나기로 했죠. 구글이 참 좋은 직장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내가 후회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을까, 자문해보니까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몰랐어요. 근데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시장가치? 난 모른다. 코딩할 수 있어 행복하다"
사실 기자가 그를 만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가 얼마를 벌었냐는 것이었다. 차마 대놓고 그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돌려 물었다. '실리콘밸리가 돈으로 넘치는 버블의 계곡이 된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랬더니, 그는 세계적 요리사 코리 리(Corey Lee)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계 미국인인 코리 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의 수석 조리장이다.

"제가 코리와 참 친한데, 어느 날 흥분해서 묻더군요. 어떻게 유튜브가 16억 달러나 될 수 있냐고 말이죠. 자기도 똑같이 새벽 6시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며 열심히 일하는데, 어떻게 아이폰 앱 하나가, 사이트 하나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치가 될 수 있냐는 거죠. 제가 답했죠. 나도 잘 모르겠다고. 시장가치라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유튜브 매각협상 때 '데니스'(미국의 대중패밀리레스토랑. 그는 20달러만 있으면 배 부르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에서 야후의 제리 양을 만났고 바로 다음 날에 구글의 에릭 슈미트를 만났어요. 그리고 구글과 계약했죠. 그런데 어떻게 유튜브가 전세계 데니스의 가치보다 4배나 더 높을 수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엔지니어인 그에게 돈은 숫자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을 한 것이니까.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때 유튜브를 구글에 매각하지 않았다면 돈을 더 많이 벌었을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회사를 팔고 직원들에게 물어봤죠. 모두가 행복하다고 했어요. 주말까지 밤새워 일하면서 지쳤던 거죠. 하지만 또 하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어요. 구글을 통해서 모바일 서비스를 하고, 번역기능을 제공하는 것 말이죠. 그걸 모두가 알고 있었던 거죠. 직원들이 행복하게 코딩할 수 있는 것, 직원들에게 최선인 것, 그것이 바로 상품에도 최선인 겁니다(what was best for the employees was best for the product)."

스티브 첸에게 '가치'란 시장이 평가하는 가치와는 많이 달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딩하는 것, 그래서 상품을 더 개선할 수 있는 것, 그 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그것이 그에게 가치인 것이다.



"단 한번 만이라도 마음 가는 대로 해보라"
취업도 어렵고, 창업도 어려운, 오도가도 못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부탁해보았다. 아주 조심스러워했다. 한국을 잘 몰라서가 아니다. 생각보다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의 부인은 구글코리아에 근무했던 박지현씨이다).

"실리콘밸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중퇴하고, 1년에 회사를 네 개나 차리고 모두 실패해도 털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좋은 경험을 쌓았으니 다음 해에 네 개를 더 차리는 거죠. 그런데 제가 태어난 타이완이나(그는 8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한국은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실패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완벽해질 때까지 계속 생각만 합니다.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그래서 어떤 실질적인 스타트업(초기기업)이나, 혁신과 진전이 없습니다. 엔지니어 인적자원이나 교육받은 사람들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문화의 차이인 것 같아요. 실패를 받아들이는, 또 실패한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 것이죠."

그러면서 그는 중국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은 최근 5~6년간 참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뭔가 시도해보려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어요. 바이두(중국 최대의 검색엔진)와 텐센트(중국 인터넷서비스업체)를 보세요. 이제 중국에서는 대기업을 관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해도 더 이상 사회에서 따돌림 받지 않습니다. 한국도 이런 회사들 몇 개만 나와 준다면 폭포처럼 젊은 친구들이 회사를 만들 것이고, 설령 실패를 해도 더 이상 버림받지도 않을 겁니다(you're not social outcast no longer). 문화가 바뀔 거예요. 유튜브를 보세요. 동영상에 관한 한 대기업인 구글을 이겼잖아요. 한국 젊은이들도 도전하면 대기업을 넘어서는 기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스티브 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는 그랬다. '실리콘밸리니까 가능하지. 한국 같으면 어림도 없어. 그렇게 '줄창' 실패를 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지. 한국은 한번 실패하면 다시 실패할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라고.

그런데 스티브 첸이 한마디 덧붙였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은 꼭 하고 싶네요.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재지 마세요. 마음 가는 대로 한번이라도 해보라는 거죠. 틀리면 어때? 다시 하는 거지 뭐! 이런 자세로 말이죠."

그렇다. 환경만 탓하고 있으면 자신도, 환경도 바꿀 수 없다. 한 방울 한 방울 꽁꽁 언 땅을 내려치다 보면 어느 순간 폭포처럼 쏟아져 언 땅을 녹이고 대로를 만들어버리는 날이 올 것 아닌가.

스티브 첸과의 만남은 마흔이 넘은 기자에게도 울림이 컸다. 모두 다 갖춰야 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간 평생 아무것도 못한다. 디테일에 몰입하다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믿어라. 두려움을 떨치고 나가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그 대열의 가장 앞에 서 있게 될 거라는 것.

*다음 회에는 스티브 첸이 곧 공개할, 유튜브를 넘어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언론사 최초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12. 6. 27.

성격의 탄생

"성격의 탄생(Personality - What Makes You the Way You Are by Daniel Nettle)"

간략 요약

성격심리학의 성격5요인모델(Big 5 Personality Traits Model)을 유전학, 신경학,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교양서입니다. 성격에는 5가지 차원이 있고, 이들이 개인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약 50% 정도이고, 각 차원에는 유전성이 있으며, 이러한 유전성은 빈도의존선택이라는 진화 메커니즘으로 인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이건 저자의 가설)고 합니다. 각 성격 차원의 수치가 높거나 낮은 것이 항상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하며(이는 빈도의존선택에 영향을 받는 형질에서 나타나는 현상), 각 성격 특성에 대하여 수치가 높고 낮을 때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부모임에서는 스펜트(Spent by Geoffrey Miller)를 읽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성격5요인모델을 제법 비중있게 언급하고 있어서 함께 읽으며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성격의 탄생"에서는 NEO Five Factor Model에 가까운 해석을 하고 있고, "스펜트"에서는 L. Goldberg 모델과 NEO를 버무린 설명을 하고 있어서 비교하며 읽기에 좋습니다. "기획이나 마케팅에 어떻게 써먹으라는거야?"에 대한 감을 잡기에도 "스펜트"를 함께 읽는 편이 좋아보입니다.


서문 (Introduction)

성격이라는게 무엇인지, 왜 지금이 성격 연구의 적기인지를 설명합니다.

"성격"이란 개개인의 신경계 배선 특성에 따라 일생에 걸쳐 크고 작은 스캐일로(프랙탈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특성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격을 규정하는 요인에는 (최소) 다섯 개의 축(차원)이 있다는 것이 성격5요인모델입니다.

왜 지금이 적기인가? 첫째, 메타연구 등을 통해 "드디어"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성격 모델(Big 5)이 만들어졌습니다. 둘째, 신경학/뇌영상기술 등의 발전으로 성격의 신경적/생리적 기반을 탐구하기가 좋아졌습니다. 셋째, 유전학과 인간유전체학의 발전으로 유전자가 성격형성에 미치는 요인을 탐구하기가 좋아졌습니다. 넷째, 진화적 사고가 성격 연구 분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합치면 대략 행동에 적절한 모델이 나왔고(1), 이에 대한 신경적/발달적/유전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시작했고(2,3), 이에 대해 궁극적 설명 혹은 기능주의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4)는 것이죠.

1장 - 성격은 중요하다 (Character Matters)

성격5요인이 탄생하게된 배경, 상관관계나 요인분석 등 성격5요인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통계이론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성격5요인은 다음 다섯 가지로 구성됩니다.

Openness (개방성)
Conscientiousness (성실성)
Extraversion (외향성)
Agreeableness (친화성)
Neuroticism (신경성)


성격5요인 모델에 의해 측정되는 개인의 성격특성에는 유전성이 있으며, 일생에 걸쳐 잘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합니다(신경성/개방성/외향성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낮아지고, 성실성/친화성은 조금씩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특정 개인의 성격특성을 알면 이 사람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2장에서는 다양한 성격 특성의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적 다양성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가설을 소개하고, 3~7장에서는 각 성격 특성에 대해 설명하며, 8장에서는 성격에 영향을 주는 유전 외적인 요인에 대해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이야기 합니다.


2장 - 핀치의 부리 (The Beak of the Finch)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작동합니다. 돌연변이로 인해 집단의 유전자풀에 다양성이 증가되고, 자연선택에 의해 이 중 특정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비해 더 높은 빈도를 갖게 되는 식으로 다양성이 낮아집니다. 선택압이 클수록 또 장기간 지속될수록 이와 관련된 유전자의 다양성은 낮아집니다.

성격에 유전성이 있다는 것도 확실하고 성격이 번식성공률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도 확실하며 개인 간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도 확실합니다. 번식에 영향을 크게 주는 특성이 있는데 자연선택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광범위한 다양성이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앞 단락에서 설명한 바에 의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거죠.

저자는 Fluctuation Selection이라는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Fluctuation Selection이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떤 형질을 갖는 것이 유리한지가 달라지는 경우, 개체군의 유전자풀에 두 가지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공존하는 형태로 유지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어떤 형질을 갖은 개체들이 많은가(즉 형질들의 빈도 분포)에 따라 상대적 유불리가 갈리는 특수한 경우를 Frequency Dependent Selection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성격도 Fluctuation/Frequency Dependent Selection의 영향을 맞아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특정 성격 차원의 수치가 높거나 낮은게 모든 상황에서 항상 좋거난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서 "정치적으로 올바르게(political correctness)" 성격5요인 모델을 해석하기에 좋죠(물론 이런 맥락에서의 정치적 올바름은 거의 항상 자연주의적 오류로 귀결되며,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봅니다).

3~7장은 간단히만 정리하겠습니다. 각 성격 특성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본문에 언급된 사례 연구들을 읽어보시는게 도움이 됩니다. 신경학적/유전학적 기반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너무 내용이 빈약해서 아무래도 다른 책을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3장 - 방랑자 (Wanderers)

외향성(Extraversion)을 설명하는 챕터입니다.

저자는 외향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Extraversion is variation in the responsiveness of positive emotions. (외향성이란 긍정적 정서에 대한 반응성의 차이이다)


4장 - 걱정하는 자 (Worriers)

신경성(Neuroticism)을 설명하는 챕터입니다. "스펜트"에서는 안정성(stableness)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정성과 신경성은 같은 성격 차원을 지칭하지만 부호는 반대("신경성이 높다"와 "안정성이 낮다"는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저자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Neuroticism seems, then, to measure the responsiveness of negative emotion systems. (그렇다면 신경성이란 부정적 정서 시스템에 대한 반응성의 척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외향성과 신경성의 구분은 중요하고 어쩌면 반직관적일 수 있습니다. 외향성이 낮은 것(즉, 긍정적 정서에 대한 반응이 낮은 것)이 곧 신경성이 높은 것(부정적 정서에 대한 반응이 높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이 둘은 별개의 특성입니다. 둘 다 높거나, 둘 다 낮을 수 있습니다.


5장 - 통제하는 자 (Controllers)

성실성(Conscientiousness)에 대한 챕터입니다.

정의는 이렇습니다: Conscientiousness is the magnitude of reactivity of those mechanisms in the frontal lobe that serve to inhibit an immediate response in favour of a goal or rule. (성실성이란 즉각적인 반응을 억제하여 목표나 규칙을 따르도록 하기 위한 전두엽 내 메커니즘들의 활성 강도이다)


6장. 공감하는 자 (Empathizers)

이번에는 친화성(agreeableness)입니다.

친화성에 관여하는 요소는 두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는 마음 읽기 능력(Theory of Mind Module)입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눈동자의 방향이나 행동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정서나 주의 등을 읽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두번째는 공감 능력(empathize)입니다. 다른 사람의 정서에 얼마나 잘 공감하는가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되면 친화성이 높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낮은 것이라고 합니다.

마음 읽기 능력은 뛰어나지만 공감 능력은 낮으면서(남을 도구적으로 이용하기 좋음), 신경성도 낮고(부정적 감정에 대한 반응성이 낮음), 성실성도 낮으면(계획적이지 않은 즉흥적 행동을 할 가능성 높음) 냉혹한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7장. 시인 (Poets)

마지막으로, 개방성(Openness)입니다.

개방성은 심적 연상 능력이 얼마나 넓은가(breadth of mental associations)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 해석에는 저자의 개인적 견해가 강하게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방성은 특이하게도 지능(g)과 양의 상관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저자는 이것이 개방성을 묻는 문항의 모호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염(pollution)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풍부한 어휘 구사를 한다"라는 문항에서 "풍부한(rich)"을 "수적으로 다양한"이라고 해석하는지, 어휘를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이라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전자의 해석은 지능, 후자의 해석은 개방성과 관련이 있다는 식이죠.


8장. 나머지 절반 (The Other Half)

행동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성격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적 요인은 약 50% 정도라고 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비유전적(교육, 문화 등 넓은 의미의 "학습")이라는 뜻인데요, 이 절반의 요인은 무엇일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유전적 요인의 일부를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을 소개하고 각각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은 그러한 메커니즘이 진화적으로 만들어졌을리가 없으므로(즉, 기능적으로 후지므로) 타당성이 낮고, 2) 가족 내 출생 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도 비슷한 이유로 타당성이 낮습니다. 3) 반면, 태내에서의 생리적 환경이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은 상당히 타당한데, 태내에서의 생리적 환경이 태어난 후의 상황(이를테면 기근)에 대한 그럭저럭 신뢰할만한 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 위 2)에 대해서는 국내에 번역서 두 권이 있습니다. "타고난 반항아"는 가족 내 출생 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담고 있고(설로웨이의 저서), "개성의 탄생"은 이에 반대하고 있으며 연구자가 황박사마냥 자료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주디스 헤리스의 저서). 간략히 요약하자면 뻥친게 맞다고 합니다 ㅎㅎ


9장. 자기 목소리로 노래하기 (Singing with Your Own Voice)

9장은 약간 규범적 내용을 다룹니다. 1) 내 성격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나? 2) 그렇다면 내 행동의 책임을 내가 질 필요가 없나? 3)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질문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내 성격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나? 성격특성 자체는 바꾸기 힘들더라도, 구체적 행동은 의지에 의해 바꿀 수 있고(이를테면 똑같이 위험을 추구하는 성격이라도 "방화"를 취미로 삼을 수도 있고, "스카이 다이빙"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특정한 개인사에 대한 해석도 어느 정도 내 의지로 바꿀 수 있음(이를테면 내가 지금 가난한 것을 인생의 실패로 보거나, 무소유의 미덕으로 보거나).

2) 내 행동의 책임을 내가 질 필요가 없나? 1)의 결론을 수용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져야하며, 도덕적/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3) 어떻게 살아야 하나?

- 자신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낡고 이분법적인 MBTI 따위 보다는 Big 5 수치를 아는 것이 좋음)
-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사시되 (가난한 것은 무소유의 미덕)
- 마냥 해석만 긍정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도박에 빠져지내다가 재산을 탕진해놓고 "아, 인생을 건 모험을 했지. 지금은 돈을 버리고 덕을 쌓았다오. 오늘도 덕을 쌓으러 도박장으로 간다." 이러면 안된다는 얘기)
- 필요한 경우 자신의 특정 성격을 강화(나대는걸 좋아하면 나대는 일 선택하기)하거나 억제(맥주집에서 과음하는 버릇이 있으면 맥주집에 가서 조금만 먹을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아예 맥주집을 안가기)하기 위한 의식적 선택을 하여 행동을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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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경험의 정의, 범위, 오해

이 분야는 교통정리가 좀 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이런저런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충 꼽아 보자면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 or CHI (Computer Human Interaction)
IxD (Interaction Design)
UID (User Interface Design)
Human Factors or Ergonomics
Usability
Information Architecture


등이 있습니다.
이 와중에, 2000년대 이후 뜨기 시작한 용어가 있으니 바로 UX (User Experience) 입니다.


1. UX의 영역

대체 사용자 경험이 무엇이며 위에 다열된 다른 분야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걸까요. 사람마다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얘기하지만 다들 대충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립니다.


(출처: What Is User Experience Design)


(출처: Designing for Interaction)


어,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대충 다 포함하고 있으면서 짱 먹겠다는 얘긴데요, 이런 식의 시각화는 여러가지 오해의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식의 시각화”란 벤다이어그램을 말합니다. 위 그림을 보는 순간

각 분야의 전문성
각 분야간 공유되는 전문성


같은 것들이 생각납니다. 벤다이어그램이 기본적으로 집합과 원소의 소속(membership)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용도로 쓰여왔기 때문인지, 저렇게 생긴 그림 자체가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건지 혹은 두가지 모두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렇습니다.

이러한 느낌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위 그림에서 UX 처럼 거의 전체집합 수준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놓는 상황인데요, 그걸 보면 “대체 UX가 뭐야?”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지인들이 저한테 요즘 뭘 하느냐고 물어보면 “게임 디자인과 UX를 공부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걸 듣고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그래서 대체 뭘 공부한다는거요?”입니다.

그렇다고 영역(동그라미의 크기)을 줄이자니 그것도 곤란한 것이, 실제로 저는(그리고 UX를 공부하는 다른 분들도) 저 다양한 분야에 고르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영역이 아니라 관점

그래서, 문제를 살짝 틀어서 보기로 했습니다. UX라는 것을 어떠한 전문 영역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각 전문 영역들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단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즉 UID, IxD, IA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은 온건히 유지하되, 이를 공부하거나 실천할 때 사용자 경험의 일부가 아닌 전반을 넓게 고려하자라는 의미로 보는 것입니다. 사용자 경험의 전반이란 도널드 노만 박사가 Emotional Design에서 주장한 두뇌 작용 3단계(three levels of processing), 최근 주장하고 있는 Sociable Design 등으로의 확장을 말합니다.

이런 식의 확장은 학문 영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 이를테면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나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등이 그렇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진화심리학을 예로 들자면, 진화심리학은 발달심리, 교육심리, 임상심리, 이상심리, 사회심리, 공학심리, 정서심리 등과 같이 특정한 영역을 갖는다기 보다, 기존의 다양한 심리학 분야와 결합되는 새로운 “보는틀”을 제공하는 일종의 "접근법”입니다.

UX를 특정 전문 분야가 아닌 기존 분야에 대한 접근법 혹은 새로운 관점이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닐슨-노만 그룹의 정의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User experience" encompasses all aspects of the end-user's interaction with the company, its services, and its products. The first requirement for an exemplary user experience is to meet the exact needs of the customer, without fuss or bother. Next comes simplicity and elegance that produce products that are a joy to own, a joy to use. True user experience goes far beyond giving customers what they say they want, or providing checklist features. In order to achieve high-quality user experience in a company's offerings there must be a seamless merging of the services of multiple disciplines, including engineering, marketing, graphical and industrial design, and interface design.

쉽게 말해서 UX라는 말이 생긴 후에 탄생한(혹은 UX만의 고유한) 사용자 조사 방법론이나, 테스트 방법론, 전반적인 프로세스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기존의 방법/도구/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관점과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3. UX 디자인에 대한 오해

위 정의를 보면 UX라는 것은 행위 중립적이라서 “UX를 한다”라는 표현은 좀 애매할 수 있습니다. UX 엔지니어링을 한다거나, UX 리서치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표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물론 UX 뒤에 따라오는 단골 단어는 “디자인”입니다. 제 명함에도 UX Designer라고 써 있고요. (위키피디아에서도 UX 페이지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UXD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맥락에서 디자인이란 사실 기획(product/service design)과 디자인(visual design)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앞에서 나열한 다른 분야들(interaction design, information architecture design 등)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큰 개념인거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특히 웹 분야에서는) 디자인이라고 하면 비주얼 디자인을 떠올리게 되죠. 그래서일까요, 비주얼 디자인을 하시던 분들이 UX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문제는 간혹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오해란, UX 디자인은 디자이너(어, 그러니까 비주얼 디자이너)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말합니다.

특히 “UX 디자인과 기획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종종 접하는데 의도의 선함(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여 잘 협력하자), 혹은 악함(내 업무 영역에 침범하지 마시오)에 무관하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라서 좀 걱정이 됩니다. 물론 현재 조직 구조 자체가 그런 식으로 나뉘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요한 고민이기는 하겠지만요.


4. 결론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UX는 특수한 전문 영역이 아니라(1. UX의 영역) 기존 영역을 바라보는 확장된 관점을 지칭하는 용어로 보아야 합니다(2. 영역이 아니라 관점).
UX 디자인에서의 디자인이란 시각 디자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품/서비스 전반에 걸친 모든 디자인 – IxD, UID, IA 등 – 을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UX Designer를 우리말로 굳이 번역 하자면 UX 기획자에 가깝습니다.


출처 : http://alankang.tistory.com/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직 젖꼭지 뿐? 2/2

Jef Raskin의 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들이 직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인터페이스는 사실 대부분이 직관적이라기 보다는 과거의 경험(넓은 의미의 학습)을 통해 친숙해진 것이다. 마우스 예시 두 가지.

2. 한편 인터페이스가 크게 개선될수록 기존의 직관적인(즉 친숙한) 인터페이스와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라서 사람들은 개선된 인터페이스에 대해 '직관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내릴 것인데 이는 인터페이스 개선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3. 직관적이라는 표현이 단지 친숙함이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 개선된 인터페이스에 대한 거부감을 낮출 수 있었다.

4. 학문적으로 엄밀한 논의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직관적'이라는 표현 대신 '친숙함'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하자.


위 주장은 대체로 빈서판 미신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은 백지 상태(blank slate)로 태어나기 때문에 어떤 인간이 무언가에 친숙하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가 과거의 경험(넓은 의미의 학습)을 통해 그 무언가에 관련된 것을 익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틀 안에서 도달 가능한 결론은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진정으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젖꼭지 뿐이며 모든 컴퓨터 인터페이스(인공적 인터페이스)는 학습을 통해 친숙해진 것일 뿐이고, 따라서 직관적이라는 말은 별 의미가 없으니 그 대신 친숙함이라는 표현을 써야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상식적이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타당하지도 않으며, 현업을 하는 입장에서 그리 유용하지도 않습니다.


1. 빈서판 미신

인간은 젖꼭지 물기 이외에도 많은 본성을 타고납니다. 한마디로, 빈서판 미신은 틀렸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전 글의 마우스 사례들에서 사람들은 난생 처음보는 마우스를 손에 잡았습니다. 발로 찰 수도 있었고, 입에 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또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손에 어떻게 잡았을까요? 인간의 손은 특이한 엄지손가락의 구조 등으로 인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물건을 잡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이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는 손에 대한 오덕질의 결과로 만들어진 손이 지배하는 세상을 추천합니다. 이정도는 해줘야 손 오덕). 하지만 그 누구도 마우스를 엄지와 집게를 이용한 "두 손가락 잡기"로 잡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편, 마우스를 잡기에 적당한 악력은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로보틱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물건의 무게나 질감이나 강도에 따라 해당 물건을 쥐기에 적절한 악력을 주는 로봇 손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2. 본성과 학습의 잘못된 이분법

본성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면 두번째 함정이 기다리는데 바로 본성과 학습의 구분에 기반한 용어 정의입니다.

이 틀에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한 국내의 한 번역자의 주장에서와 같이) 직관이란 인간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혹은 유전자게 쓰여진 것 --; )을 나타내는 표현이고 친숙함이란 그외에 학습된 모든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식으로 구분됩니다.

그러나 학습과 본성을 칼 같이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이분법입니다(정도로 생각하기, 다면적으로 생각하기 참고). 인간은 많은 본성을 타고나기도 하지만 본성은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환경적 요인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의미의 학습)을 통해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본성에 기반하지 않은 학습이란 없으며, 학습에 기반하지 않는 본성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본성과 학습은 서로 분리 불가능하게 얽혀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모든 인간은 자기가 속한 지역의 언어를 문제없이 구사합니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본능적으로 타고난 것일까요, 학습에 의한 것일까요? 답은 "두 가지 모두"입니다. 인간은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기 위한 능력을 본능적으로 타고나며 이러한 본능에 적절한 외부 자극(즉 학습)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죠.


3. 그래서 직관성이란?

이러한 관점에서,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은 얼마나 쉽게 '친숙함'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으냐, 즉 학습용이성(learnability 혹은 easy-to-learn)과 같은 뜻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틀에서 보자면 학습용이성은 첫째 인터페이스가 인간 보편적 본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둘째 기존에 사용자가 이미 학습한 지식/습관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러한 관점은 빈서판 미신이나 학습과 본성에 대한 잘못된 이분법과 달리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과도 잘 부합되며, 친숙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에 대한 합당한 설명을 제시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대다수의 인터페이스/인터랙션 디자이너가 현재 등한시하고 있는 영역을 명확히 비추어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특정한 지역의 문화라거나, 학습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들에 대해서는 열심히 공부하지만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대한 탐구, 본성과 학습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행동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부를 하지 않는데, 이러한 공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결론

아이폰이 짱.


출처 : http://alankang.tistory.com/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직 젖꼭지 뿐? 1/2

사람들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합니다. 그런데 '직관적'이라는 것이 대체 무슨 뜻일까요?

국내의 한 번역자는 친숙하다는 표현과 직관적이라는 표현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직관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뇌 속에 혹은 유전자 속에 본능적으로 새겨져 있는 정보 쪽에 가깝다.
친숙하다는 본능적으로는 알지 못하나 쉽고 짧은 학습에 의해서 긴 시간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킨토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Jef Raskin은 직관적(intuitive)이라는 표현이랑 친숙하다(familiar)는 표현이 같은 것이니 앞으로는 친숙하다라는 표현을 써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직관적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장치들이 사실은 직관적이지 못하다. 컴퓨터 마우스가 직관적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 특정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인 경우는 해당 인터페이스가 기존에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무언가와 유사하거나 동일할 때 뿐이다. 짧게 말해서, 이러한 맥락 하에서 ‘직관적’이라는 말은 ‘친숙한’이라는 말과 거의 동의어인 것이다.

Many claims of intuitiveness, when examined, fail. It has been claimed that the use of a computer’s mouse is intuitive. Yet it is far from that. … it is clear that a user interface feature is "intuitive" insofar as it resembles or is identical to something the user has already learned. In short, "intuitive" in this context is an almost exact synonym of "familiar."


Jef Raskin과 비슷한 입장을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한 말 중에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직 젖꼭지 뿐"이라는 것이 있죠. 여기저기에서 제법 자주 접하는 주장입니다: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직 젖꼭지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학습된 것이다.

The only "intuitive" interface is the nipple. After that it's all learned.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의 대표주자로 보이는 마우스. 그 마우스 조차도 모두 학습된 친숙함일 뿐 직관과는 상관이 없음을 보여주는 일화로 자주 소개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가 마우스라는 것을 처음 보고서는, 마우스를 입에 가져가더니 “컴퓨터, 컴퓨터”하며 음성인식기로 착각하더라는 그럴듯한 일화(스타트랙 에피소드)나, 조이스틱은 써봤으나 마우스를 처음 접한 사람이 마우스를 손에 들고 공중에서 이리저리 휘두르거나 뒤집어서 트랙볼처럼 볼을 움직이더라는 이야기(이건 Jef Raskin이 겪은 실화) 등이 유명하죠.

저는 이런 주장들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짧게 말해서 ‘직관성은 본능, 친숙함은 학습’이라는 식의 구분은 본성(nature)과 학습(nurture)의 잘못된 이분법이라고 생각하고, ‘직관적이라는 표현을 친숙함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기에 빈서판(blank slate) 미신을 더해놓은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위 마우스 이야기에서 학습된 친숙함 말고도 건질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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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병렬처리시스템의 디자인

@arangyi님의 아래와 같은 트윗을 읽고 씁니다:

UI의 모든 문제는 단 하나의 근본 문제로 귀결된다. 제한된 자원의 배분 문제이다. 스마트폰의 스크린, 사용자의 주의력과 시간 등 시간,공간,능력이든 제한된 자원을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배분할건가하는 문제다.

훌륭한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Larry Tesler의 복잡성보존법칙 (Law of the Conservation of Complexity) 과도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고요. Designing for Interaction 2nd ed.에서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국내에는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번역. 3월 중 2판에 대한 번역서가 나올 예정인 것 같습니다):

Larry Tesler, one of the pioneers of interaction design, coined Tesler’s Law of the Conservation of Complexity, which states that some complexity is inherent in every process. There is a point beyond which you can’t simplify the process any further; you can only move the inherent complexity from one place to another. –p136

@arangyi님의 통찰은 편의상 최적자원분배이론 (Arangyi’s Optimal Resource Distribution Theory) 이라고 (제맘대로) 부르겠습니다 ㅋㅋ

최적자원분배이론과 복잡성보존법칙을 합쳐보면 대충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기획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이란?
모든 프로세스에는 더 이상 제거할 수 없는 내제된 복잡성이 존재하는데, 이를 해당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여러 엔티티(네트워크를 이룬 컴퓨터들과 네트워크를 이룬 인간들)의 제한된 자원(메모리,CPU,기억,인지,주의, 각 엔티티 간 정보전달채널의 지연,대역폭,정확성 등)에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


이 관점은 여러가지 함의를 갖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여러가지 사고방식을 잘 담아낼 수 있습니다:

- 정보시각화를 할 때 인간과 컴퓨터를 단일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

- 시간 경험의 기획(컴퓨터가 인간에게 mental operation을 수행할 뭔가를 일부 던져준 다음에 나머지 연산을 수행하면 인간,컴퓨터 모두의 입장에서 대기시간이 줄어들어 더 효율적 병렬처리가 일어난다거나)

- SNS 기획할 때 서비스에서 계산하고 저장하고 상기시켜줘야 할 것과 사용자 혹은 사용자 간의 관계에 저장(기억)되어 있고 알아서들 머리속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을 구분한다거나

- 혼잡 지역의 물가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서버측 load-balancing이 저절로 일어나게 한다거나

- 서버측 메시징이 MoM으로 되어 있으면 사용자에게 드러내는 컨셉도 이와 맞춰서 우편량이 많으면 우편 전달에 시간 지연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해버린다거나(이는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전술적 재미요소가 될 수도 있죠)


한편 현실은?

- 컴퓨터(혹은 기타 인공물)의 효율성(이를테면 메모리, CPU 최적화)은 주로 엔지니어가 고민합니다.

- 컴퓨터가 (주로 모니터를 통해) 내보내는 신호가 인간의 시지각을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는 주로 비주얼 디자이너 및 기획자가 고민합니다(고민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나마도 별로 안 하죠. 게슈탈트 심리학이니, 인간의 시지각이니 하는 것들은 그저 학교에서 잠깐 배운 옛날 얘기로 간주하고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

- 인간이 뭘 잘하는지, 뭘 못하는지, 인간 기억의 특성이 어떠한지, 재인과 회상이 어떻게 다른지, 인간의 주의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 인간 기억과 사고의 효율성은 주로 기획자가 고민합니다(이것도 마찬가지로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별로 안하죠. Georgy Miller의 Magic Number 7 이상으로 알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

-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서비스는 컴퓨터 네트워크+인간 네트워크로 구성한 하나의 거대한 병렬 시스템일텐데, 이 전체 시스템에 대한 병렬 설계를 하는 사람은 아예 아무도 없습니다.

직군 간 경계를 주요 기준으로 업무 모듈화가 되는 바람에 나머지 문제들이 여기저기에 분산(주요 Decomposition의 횡포)되어 숨어 버린 것 같아요. 이걸 챙겨보겠다는 접근 중 하나가 사용자 경험 디자인(UXD)일텐데요, 전산이나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얻어올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UXD에 관심을 갖는 분들께 Designing Thinking 보다는 Computational Thinking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얼마전에 N모사 CEO께서 “전 직원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 다른 이유보다도 이런 사고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한 훈련으로써의 프로그래밍이라는 측면을 좀 더 강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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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요케에 대한 부연

최근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의 포카요케(실수 방지)에 대한 글을 두 개 읽었는데요:

온/오프라인에서의 포카요케 사례
실수 방지 디자인


두 글에서 모두 포카요케를 너무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연을 하고자 합니다.


1. 포카요케란?

도요타 방식에서 말하는 포카요케는 실수/오류에 대비하는 모든 방법을 통칭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 방법에 의거하여 실수/오류를 방지 혹은 대처하는 것을 뜻합니다:

애초에 실수/오류가 일어날 수 없도록 제약하기
그게 불가능하다면 실수/오류를 최대한 빨리 알려주기



2. 건전지 디자인과 토글 스위치의 상태

온/오프라인에서의 포카요케 사례에서 말하는 첫번째 사례(건전지 디자인)의 경우 "어떻게 끼우더라도 작동하도록 하는 디자인"이 포카요케의 사례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건전지 디자인에 포카요케를 적용한다는 것은 거꾸로 넣으려고 하면 아예 들어가지를 않거나 거꾸로 넣는 순간 경고음이 나거나 하는 방식 등을 말합니다.

두번째 사례(토글 스위치)도 유사한데, 굳이 포카요케라고 하기보다는 어포던스(perceived affordance) 혹은 feed-forward(feedback에 대응되는 의미, 특정 행위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정도의 용어가 이미 널리 쓰이기도 하고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위치 UI에 포카요케를 적용하는 사례라면 예를 들어, 특정 스위치를 끄지 말아야하는 상황이라면 그 스위치가 켜진채로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예 끄지 못하게 만들거나, 쓸 수 없는 스위치가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거나, 그 스위치를 끄려고 할 때 경고를 하거나 등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3. 포카요케의 네 가지 분류?

실수 방지 디자인에서는 포카요케를 경고(warning), 복구(undo), 우회(detuor), 통과(pass)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또한 포카요케를 너무 자의적으로/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느낌입니다. 위 분류법에 맞춰 말하자면 포카요케는 일차적으로 우회(detuor), 그게 안될 경우 경고(warning)를 주자는 의미이고 포카요케에서의 우회란 어포던스나 feed-forward 등에 의한 우회가 아니라 아예 제약(constraints)을 걸어버리는 방식의 우회를 특별히 뜻합니다.

게다가 통과(pass)의 경우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넘겨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고장감내(fault-tolerant) 혹은 탄력성(resilience) 등과 유사한 개념으로 포카요케와는 대비되는 방식입니다. 고장감내나 포카요케나 오류/실수에 대처한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이 정반대인데, 고장감내는 오류/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끌고 가는 것이고 포카요케는 오류/실수가 애초에 발생하지 못하게 하거나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멈춰버리는 것입니다(프로그래밍으로 치자면 Design by Contract 혹은 Defensive Programming 비슷하고, 보안 쪽으로 한정짓자면 Security by Design 혹은 Capability-based security 같은 느낌).


4. 용어 하나 가지고 뭘...

용어 하나 가지고 깐깐하게 구는 이유에 대해 부연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어포던스나 UX 같은 용어들은 (외국 사람들하고는 얘기를 별로 못해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뜻이 너무 많아서 아무 뜻도 없는 "죽은 용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이는 용어들을 모호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죽은 용어가 늘면 그 분야(및 해당 분야에 속한 개개인들)의 발전이 더뎌지지 않을까요.

방문자도 얼마 없는 한적한 블로그에서 끄적거린다고 무슨 큰 변화가 생기겠느냐마는, 그냥 한 번 꿈틀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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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attention)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

아마도 UX 디자인에 진화심리학을 응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주의(attention)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논문을 하나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Category-specific attention for animals reflects ancestral priorities, not expertise

by Joshua New, Leda Cosmides, and John Tooby

Visual attention mechanisms are known to select information to process based on current goals, personal relevance, and lowerlevel features. Here we present evidence that human visual attention also includes a high-level category-specialized system that monitors animals in an ongoing manner. Exposed to alternations between complex natural scenes and duplicates with a single change (a change-detection paradigm), subjects are substantially faster and more accurate at detecting changes in animals relative to changes in all tested categories of inanimate objects, even vehicles, which they have been trained for years to monitor for sudden life-or-death changes in trajectory. This animate monitoring bias could not be accounted for by differences in lower-level visual characteristics, how interesting the target objects were, experience, or expertise, implicating mechanisms that evolved to direct attention differentially to objects by virtue of their membership in ancestrally important categories, regardless of their current utility.

간략히 요약/설명하자면...

시각적 주의 메커니즘은 현재의 목적, 개인적 관련성, 저수준의 특징에 기반하여 처리할 정보를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인간의 시각적 주의 메커니즘에는 동물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고수준의 범주-특화적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험의 세팅은 전통적인 change-detection paradigm의 재활용인데요:

복잡한 자연 경관, 이와 동일하지만 단 한 가지만 변경된 경관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두 장면 사이에서 변경된 대상이 건물, 컵인 경우에 비해 동물일 때 상대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자동차보다도 코끼리나 비둘기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놀라운데, 자동차의 경우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주의깊게 그 움직임을 관찰해야만 하는 반강제적 훈련(생사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을 최소 수 년간 해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험은 이러한 선별적 주의 메커니즘을 다른 이유들(저수준 시각 특성 때문, 대상 물체에 대한 흥미 때문, 경험이나 전문성 때문)로는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으며, 현대 사회에서의 가치(자동차 등)와 무관하게 선조들에게 중요했을 범주에 속하는 대상에 대해 선별적인 주의를 갖도록 하기 위해 진화된 적응 메커니즘으로 설명해야 함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논문 요약이고요,진화심리학자들이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진화심리학이 심리 모듈의 영역 특수성(domain specificity of psychological modules)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신체가 다양한 목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특화된 기관들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인간의 마음도 다양한 목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특화된 모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대량 모듈 가설, massive modularity hypothesis), 각 모듈은 아무 입력에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모듈에 특화된 입력(content specificity)에 의해 활성화되며 그 특화된 입력의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모듈들은 진화적 적응의 결과물(그래서 EPM - 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 - 이라고 부릅니다)이라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핵심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UX와 관련을 지어 보자면 기존의 시각디자인 이론이나 각종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지각/인지심리의 논의에 따라 내용/영역 중립적인(contents/domain general)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고 간혹 예외적으로 영역 특수적인 서술이 들어있는 식(이를테면 인간의 눈은 얼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를 디자인에 활용하라거나)인데,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취하여 영역 특수적인 서술의 양을 늘린다면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유용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영역 특수적 접근은 진화심리학이 UX 디자인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일반적/장기적으로는 해부학이 인간공학(특히 Physical Ergonomics)에 기여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진화심리학이 인지공학/HCI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출처 : http://alankang.tistory.com/

시간이 벌써 한달..

퇴사이후 시간이 벌써 한달이 지났네. 점심시간에 문득 조깅을 하면서 한달을 반성해 본다.
50%정도 만족한것 같아. 어느정도 생활의 기본은 잡혔지만, 무언가 열중한다는것이 힘들었다.
이번달은 열중하는것에 집중을 해보자. 미디어 소비는 최소한으로 하고, 힘내자 넌 할 수 있다!!

12. 6. 26.

frog design Inc.

샤프전자에서 만든 Feel UX에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었중, UI를 만든 디자인 회사이름을 알게
되었어.frog design Inc.였다.

회사를 세운 창립자는 "하르트무트 에슬링거"라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 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던중 그가 쓴책이 있다길래 교보문고가서 주문하고 기다리더니 이틀만에 오더라.
"프로그" 다소 기대감 안느끼는 뻔한책 제목이었지만 내용은 정말 알차더라, 정말 알차더라.

하르트무트 에슬링거는 우리나라 디자인 직종 사람들은 아마 잘은 모르거야, 하지만 그가 생각하고 실천했던것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고 왜 지금까지 이런사람을 모르고 지냈을까 하는 나
자신에게 질문던졌어.

그는 공과대에서 공부하던 공대생이었지만, 디자인이 좋아 산업디자인과를 편입을 했어.
당시 2차 세계대전중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이라는 것에 신경쓸겨를이 없을때,
그는 디자인이 자신의 길이라는것을 깨닫고 디자인과를 들어갔어.

학창시절 라디오와 시계를 결합한 작품이 당시 산업디자인 공모전에서 혹평을 받았어.
당시 심사위원들은 라디오와 시계를 결합한 제품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거라는 말을하면서,
그래서 에슬링거는 포기하지 않고 독일 시계회사 융한즈를 통해 제품을 생산할수가 있었어.
그 당시 제품이 우리가 사용했던 시계+라디오 제품의 초기 모델이라고 할수 있지.

그는 20대에 디자이너로써 또는 당시 frog라는 작은회사의 사장으로써 목표를 세웠어.

1.최고를 지행하는 기업을 찾아라.
2.고객(기업)을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라.
3.이기적인 아티스트가 아닌, 선견지명을 가진 디자이너로써 유명해져라.
4.역대 최고의 글로벌 디자인 회사를 세워라!
5.항상 최고의 인재(직원, 협력업체, 고객)를 찾아라!


20대 디자이너로써 세우기 거창한(?) 그런 목표였지만, 결국 지금의 프로그를 있게한 목표설정이었지.
그가 쓴 책에서 이런말이 나오더라구 "위대한 리더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목표를 설정하여 새롭고 발전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창의성을 통해 선경지명을 가진다"
그가 스티븐 잡스를 보며 생각했던 말이래.

아, 맞아 에슬링거는 초기 애플컴퓨터의 디자인 DNA를 심어준 인물이야.
대단하지!! 80년대 초반에 그가 애플에 제안한 디자인 철학이 지금 애플에 그대로 남아 있으니!

1.애플 컴퓨터는 작고 깨끗하고 흰색이어야 한다.
2.모든 그래픽과 서체는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3.최종 형태는 빠르고 사용이 편리하며 첨단 기술이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4.모든 제품디자인은 환경친화적으로 도색을 하지 않으며, 저비용으로 제작해야 한다.
또한 ABS 플라스틱 사용을 기초로 하며, 다른 모든 소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또한 책에서 이런말이 인상깊더라구, 에슬링거가 스티븐에게 이런식으로 제안을 했고
"늘그렇듯이 잡스는 경청하고 있었다" 진정한 리더는 최고 경영자(CEO)가 아닌
최고 경청자(CLO) 라고 하는 잡스말이 문득 다시 떠올랐어.

암튼 에슬링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 소니, 델, 마이크로소프트, hp, 아디다스
등등 그들에게 디자인 DNA를 심었어. 사실 알고보니 내가 무의식중에 좋아하던 브랜드들이
많더라고 아마도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일관된 디자인철학이 느껴졌던것 같아.

그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이 느껴졌지만, 인상적인것은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국지적으로
행동할것, 그리고 이기고 지는 것은 마음가짐에 달렸다라는 말도 포함해서 말이지

frog design Inc. 이회사 정말 들어가고 싶더라, 가슴떨리게 만드는 회사는 애플이후로 느껴져본적이 없었어. 프로그를 목표를 하고 내 마지막 디자인 인생을 걸어야 겠어. 그리고 프로그보다 더한 것을 꿈꿔야 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