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서 로또 500회 역사를 시각화한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medialabs/lotto/lotto.html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데이터 시각화,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는 점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작품의 경우 나쁜 시각화의 전형이라고 할만큼 문제가 많은 것 같아서 비판(당연히 주관적입니다)을 해보고자 합니다.
1. 색상과 레이아웃:
어두운 회색 배경에 흰색/밝은 회색 글씨로 구성되어 있어서 눈이 매우 피곤합니다.
게다가 배경의 땡땡이 텍스쳐가 가독성을 더욱 낮추고 있습니다. 명도차(연한 무채색 배경에 약간 진한 무채색 땡땡이 사이의 명도차)로 구성된 오밀조밀한 텍스쳐는 가독성을 해치는 전형적 사례입니다. (명도대비는 색상대비에 비해 오밀조밀한 디테일을 잘 담아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더 잘 담아낸다는 것은 지각적으로 튀어보인다는 뜻이죠. 의미 없는 배경이 튀어보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명도대비의 이러한 특성은 fovea에 rod들이 배치된 패턴과 뇌에서 명도채널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기인)
잘못된 색 조합 때문에 가독성이 이렇게 낮은데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글씨들의 크기는 너무 작아서 2560*1280 모니터에서 전체 화면으로 봐도 잘 안읽힙니다.
숫자만 보아도 의미와 흐름이 한 눈에 보인다면 상관 없지만 숫자만 봐서는 뭐가 뭔지 전혀 알 수도 없습니다.
각 섹션의 제목을 나타내는 색상(빨간색)과 강조색상(총 당첨금액의 숫자 부분 등)에 동일한 색상을 부여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잘못된 컬러코딩의 전형입니다.
2. 시각화하면 좋을만한 것은 시각화를 안하고, 시각화를 안해도 되는 것들은 시각화를 하고 있습니다
좌측의 회차별 당첨번호의 경우 로또 데이터의 성격상 당연히 시각화를 하면 랜덤 노이즈가 됩니다(로또가 원래 그런거라). "로또라는 것은 어차피 랜덤이니까 번호추천서비스 같은 것에 돈 쓰지 말고 그냥 아무 숫자나 찍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불필요하게 많은 공간을 쓰고 있죠.
좌측 하단의 번호별 당첨횟수 그래프는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하는 그래프가 되었습니다. 이 그래프는 "특정 번호를 찍으면 당첨될 가능성이 높아요"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죠. 물론 로또 당첨 번호는 랜덤이니 그럴 일은 없습니다(분포가 고르지 못한 것은 패턴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시행이 500회 밖에 안됐기 때문입니다). 단, 당첨되었을 때 당첨금액을 높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남들이 안 찍을만한 번호를 찍으면 공동당첨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대값을 높일 수는 있겠습니다. 물론 그래봤자 안 사는게 이득.
우측의 시도별 1등 당첨자수는 인구수와 1등 당첨자수를 빈도를 보여주는데, 데이터의 특성상 특정 시도에 당첨자가 편향될리 없습니다. 결국 인구수와 당첨자수의 상관계수가 아마 0.8은 넘을텐데 두 개의 막대그래프로 그려봤자 저런 모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죠. 인구수 대비 당첨자수를 나타내는 그래프(S. Few가 말하는 deviation analysis) 등으로 대체하면 공간도 절약되고 의미도 있겠죠(적어도 어떤 지역에서 로또가 더 유행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요).
좌상단의 총당첨금액과 총판매금액은 "판매금액 대비 당첨금액이 훨씬 적으니 결국 로또를 사는 것은 손해이다"라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화하지 않고 그냥 숫자로 쓰고 있죠. 우측 상단의 당첨확률 그래프 오른쪽에 1 / n 형태로 나열된 숫자들의 경우 자리수가 다르기 때문에 숫자 자체가 log scale 막대그래프와 유사한 역할을 하여 크기를 짐작할 수 있기라도 하지만(multi-functioning elements), 당첨금액 대비 판매금액은 자리수도 같아서 그런 효과도 노릴 수 없습니다.
우측 하단의 시도별 1등 당첨자수 비교는 그야말로 무슨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넣고 싶은 것은 다 넣었는데 공간이 남아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아무거나 넣은 것이라고 밖에는 다른 설명을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상단의 시도별 그래프와 색상을 맞춰주는 것도 아닌데 지역별 무지개색 컬러코딩도 아무 의미가 없고요.
출처 : http://alank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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