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6. 27.

성격의 탄생

"성격의 탄생(Personality - What Makes You the Way You Are by Daniel Nettle)"

간략 요약

성격심리학의 성격5요인모델(Big 5 Personality Traits Model)을 유전학, 신경학,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교양서입니다. 성격에는 5가지 차원이 있고, 이들이 개인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약 50% 정도이고, 각 차원에는 유전성이 있으며, 이러한 유전성은 빈도의존선택이라는 진화 메커니즘으로 인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이건 저자의 가설)고 합니다. 각 성격 차원의 수치가 높거나 낮은 것이 항상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하며(이는 빈도의존선택에 영향을 받는 형질에서 나타나는 현상), 각 성격 특성에 대하여 수치가 높고 낮을 때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부모임에서는 스펜트(Spent by Geoffrey Miller)를 읽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성격5요인모델을 제법 비중있게 언급하고 있어서 함께 읽으며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성격의 탄생"에서는 NEO Five Factor Model에 가까운 해석을 하고 있고, "스펜트"에서는 L. Goldberg 모델과 NEO를 버무린 설명을 하고 있어서 비교하며 읽기에 좋습니다. "기획이나 마케팅에 어떻게 써먹으라는거야?"에 대한 감을 잡기에도 "스펜트"를 함께 읽는 편이 좋아보입니다.


서문 (Introduction)

성격이라는게 무엇인지, 왜 지금이 성격 연구의 적기인지를 설명합니다.

"성격"이란 개개인의 신경계 배선 특성에 따라 일생에 걸쳐 크고 작은 스캐일로(프랙탈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특성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성격을 규정하는 요인에는 (최소) 다섯 개의 축(차원)이 있다는 것이 성격5요인모델입니다.

왜 지금이 적기인가? 첫째, 메타연구 등을 통해 "드디어"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성격 모델(Big 5)이 만들어졌습니다. 둘째, 신경학/뇌영상기술 등의 발전으로 성격의 신경적/생리적 기반을 탐구하기가 좋아졌습니다. 셋째, 유전학과 인간유전체학의 발전으로 유전자가 성격형성에 미치는 요인을 탐구하기가 좋아졌습니다. 넷째, 진화적 사고가 성격 연구 분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합치면 대략 행동에 적절한 모델이 나왔고(1), 이에 대한 신경적/발달적/유전적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시작했고(2,3), 이에 대해 궁극적 설명 혹은 기능주의적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4)는 것이죠.

1장 - 성격은 중요하다 (Character Matters)

성격5요인이 탄생하게된 배경, 상관관계나 요인분석 등 성격5요인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통계이론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성격5요인은 다음 다섯 가지로 구성됩니다.

Openness (개방성)
Conscientiousness (성실성)
Extraversion (외향성)
Agreeableness (친화성)
Neuroticism (신경성)


성격5요인 모델에 의해 측정되는 개인의 성격특성에는 유전성이 있으며, 일생에 걸쳐 잘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합니다(신경성/개방성/외향성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낮아지고, 성실성/친화성은 조금씩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특정 개인의 성격특성을 알면 이 사람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2장에서는 다양한 성격 특성의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적 다양성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가설을 소개하고, 3~7장에서는 각 성격 특성에 대해 설명하며, 8장에서는 성격에 영향을 주는 유전 외적인 요인에 대해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이야기 합니다.


2장 - 핀치의 부리 (The Beak of the Finch)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작동합니다. 돌연변이로 인해 집단의 유전자풀에 다양성이 증가되고, 자연선택에 의해 이 중 특정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비해 더 높은 빈도를 갖게 되는 식으로 다양성이 낮아집니다. 선택압이 클수록 또 장기간 지속될수록 이와 관련된 유전자의 다양성은 낮아집니다.

성격에 유전성이 있다는 것도 확실하고 성격이 번식성공률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도 확실하며 개인 간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도 확실합니다. 번식에 영향을 크게 주는 특성이 있는데 자연선택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광범위한 다양성이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앞 단락에서 설명한 바에 의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거죠.

저자는 Fluctuation Selection이라는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Fluctuation Selection이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떤 형질을 갖는 것이 유리한지가 달라지는 경우, 개체군의 유전자풀에 두 가지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공존하는 형태로 유지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어떤 형질을 갖은 개체들이 많은가(즉 형질들의 빈도 분포)에 따라 상대적 유불리가 갈리는 특수한 경우를 Frequency Dependent Selection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성격도 Fluctuation/Frequency Dependent Selection의 영향을 맞아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특정 성격 차원의 수치가 높거나 낮은게 모든 상황에서 항상 좋거난 나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서 "정치적으로 올바르게(political correctness)" 성격5요인 모델을 해석하기에 좋죠(물론 이런 맥락에서의 정치적 올바름은 거의 항상 자연주의적 오류로 귀결되며,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봅니다).

3~7장은 간단히만 정리하겠습니다. 각 성격 특성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본문에 언급된 사례 연구들을 읽어보시는게 도움이 됩니다. 신경학적/유전학적 기반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너무 내용이 빈약해서 아무래도 다른 책을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3장 - 방랑자 (Wanderers)

외향성(Extraversion)을 설명하는 챕터입니다.

저자는 외향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Extraversion is variation in the responsiveness of positive emotions. (외향성이란 긍정적 정서에 대한 반응성의 차이이다)


4장 - 걱정하는 자 (Worriers)

신경성(Neuroticism)을 설명하는 챕터입니다. "스펜트"에서는 안정성(stableness)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정성과 신경성은 같은 성격 차원을 지칭하지만 부호는 반대("신경성이 높다"와 "안정성이 낮다"는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저자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Neuroticism seems, then, to measure the responsiveness of negative emotion systems. (그렇다면 신경성이란 부정적 정서 시스템에 대한 반응성의 척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외향성과 신경성의 구분은 중요하고 어쩌면 반직관적일 수 있습니다. 외향성이 낮은 것(즉, 긍정적 정서에 대한 반응이 낮은 것)이 곧 신경성이 높은 것(부정적 정서에 대한 반응이 높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이 둘은 별개의 특성입니다. 둘 다 높거나, 둘 다 낮을 수 있습니다.


5장 - 통제하는 자 (Controllers)

성실성(Conscientiousness)에 대한 챕터입니다.

정의는 이렇습니다: Conscientiousness is the magnitude of reactivity of those mechanisms in the frontal lobe that serve to inhibit an immediate response in favour of a goal or rule. (성실성이란 즉각적인 반응을 억제하여 목표나 규칙을 따르도록 하기 위한 전두엽 내 메커니즘들의 활성 강도이다)


6장. 공감하는 자 (Empathizers)

이번에는 친화성(agreeableness)입니다.

친화성에 관여하는 요소는 두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는 마음 읽기 능력(Theory of Mind Module)입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눈동자의 방향이나 행동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정서나 주의 등을 읽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두번째는 공감 능력(empathize)입니다. 다른 사람의 정서에 얼마나 잘 공감하는가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되면 친화성이 높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낮은 것이라고 합니다.

마음 읽기 능력은 뛰어나지만 공감 능력은 낮으면서(남을 도구적으로 이용하기 좋음), 신경성도 낮고(부정적 감정에 대한 반응성이 낮음), 성실성도 낮으면(계획적이지 않은 즉흥적 행동을 할 가능성 높음) 냉혹한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7장. 시인 (Poets)

마지막으로, 개방성(Openness)입니다.

개방성은 심적 연상 능력이 얼마나 넓은가(breadth of mental associations)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 해석에는 저자의 개인적 견해가 강하게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방성은 특이하게도 지능(g)과 양의 상관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저자는 이것이 개방성을 묻는 문항의 모호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염(pollution)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풍부한 어휘 구사를 한다"라는 문항에서 "풍부한(rich)"을 "수적으로 다양한"이라고 해석하는지, 어휘를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이라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전자의 해석은 지능, 후자의 해석은 개방성과 관련이 있다는 식이죠.


8장. 나머지 절반 (The Other Half)

행동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성격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적 요인은 약 50% 정도라고 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비유전적(교육, 문화 등 넓은 의미의 "학습")이라는 뜻인데요, 이 절반의 요인은 무엇일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유전적 요인의 일부를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을 소개하고 각각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은 그러한 메커니즘이 진화적으로 만들어졌을리가 없으므로(즉, 기능적으로 후지므로) 타당성이 낮고, 2) 가족 내 출생 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도 비슷한 이유로 타당성이 낮습니다. 3) 반면, 태내에서의 생리적 환경이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은 상당히 타당한데, 태내에서의 생리적 환경이 태어난 후의 상황(이를테면 기근)에 대한 그럭저럭 신뢰할만한 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 위 2)에 대해서는 국내에 번역서 두 권이 있습니다. "타고난 반항아"는 가족 내 출생 순서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담고 있고(설로웨이의 저서), "개성의 탄생"은 이에 반대하고 있으며 연구자가 황박사마냥 자료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주디스 헤리스의 저서). 간략히 요약하자면 뻥친게 맞다고 합니다 ㅎㅎ


9장. 자기 목소리로 노래하기 (Singing with Your Own Voice)

9장은 약간 규범적 내용을 다룹니다. 1) 내 성격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나? 2) 그렇다면 내 행동의 책임을 내가 질 필요가 없나? 3)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질문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견해입니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내 성격 중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없나? 성격특성 자체는 바꾸기 힘들더라도, 구체적 행동은 의지에 의해 바꿀 수 있고(이를테면 똑같이 위험을 추구하는 성격이라도 "방화"를 취미로 삼을 수도 있고, "스카이 다이빙"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특정한 개인사에 대한 해석도 어느 정도 내 의지로 바꿀 수 있음(이를테면 내가 지금 가난한 것을 인생의 실패로 보거나, 무소유의 미덕으로 보거나).

2) 내 행동의 책임을 내가 질 필요가 없나? 1)의 결론을 수용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져야하며, 도덕적/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3) 어떻게 살아야 하나?

- 자신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낡고 이분법적인 MBTI 따위 보다는 Big 5 수치를 아는 것이 좋음)
-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사시되 (가난한 것은 무소유의 미덕)
- 마냥 해석만 긍정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도박에 빠져지내다가 재산을 탕진해놓고 "아, 인생을 건 모험을 했지. 지금은 돈을 버리고 덕을 쌓았다오. 오늘도 덕을 쌓으러 도박장으로 간다." 이러면 안된다는 얘기)
- 필요한 경우 자신의 특정 성격을 강화(나대는걸 좋아하면 나대는 일 선택하기)하거나 억제(맥주집에서 과음하는 버릇이 있으면 맥주집에 가서 조금만 먹을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아예 맥주집을 안가기)하기 위한 의식적 선택을 하여 행동을 바꿀 것.


http://alank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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