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합니다. 그런데 '직관적'이라는 것이 대체 무슨 뜻일까요?
국내의 한 번역자는 친숙하다는 표현과 직관적이라는 표현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직관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뇌 속에 혹은 유전자 속에 본능적으로 새겨져 있는 정보 쪽에 가깝다.
친숙하다는 본능적으로는 알지 못하나 쉽고 짧은 학습에 의해서 긴 시간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매킨토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Jef Raskin은 직관적(intuitive)이라는 표현이랑 친숙하다(familiar)는 표현이 같은 것이니 앞으로는 친숙하다라는 표현을 써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직관적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장치들이 사실은 직관적이지 못하다. 컴퓨터 마우스가 직관적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 특정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인 경우는 해당 인터페이스가 기존에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무언가와 유사하거나 동일할 때 뿐이다. 짧게 말해서, 이러한 맥락 하에서 ‘직관적’이라는 말은 ‘친숙한’이라는 말과 거의 동의어인 것이다.
Many claims of intuitiveness, when examined, fail. It has been claimed that the use of a computer’s mouse is intuitive. Yet it is far from that. … it is clear that a user interface feature is "intuitive" insofar as it resembles or is identical to something the user has already learned. In short, "intuitive" in this context is an almost exact synonym of "familiar."
Jef Raskin과 비슷한 입장을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한 말 중에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직 젖꼭지 뿐"이라는 것이 있죠. 여기저기에서 제법 자주 접하는 주장입니다: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오직 젖꼭지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학습된 것이다.
The only "intuitive" interface is the nipple. After that it's all learned.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의 대표주자로 보이는 마우스. 그 마우스 조차도 모두 학습된 친숙함일 뿐 직관과는 상관이 없음을 보여주는 일화로 자주 소개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가 마우스라는 것을 처음 보고서는, 마우스를 입에 가져가더니 “컴퓨터, 컴퓨터”하며 음성인식기로 착각하더라는 그럴듯한 일화(스타트랙 에피소드)나, 조이스틱은 써봤으나 마우스를 처음 접한 사람이 마우스를 손에 들고 공중에서 이리저리 휘두르거나 뒤집어서 트랙볼처럼 볼을 움직이더라는 이야기(이건 Jef Raskin이 겪은 실화) 등이 유명하죠.
저는 이런 주장들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짧게 말해서 ‘직관성은 본능, 친숙함은 학습’이라는 식의 구분은 본성(nature)과 학습(nurture)의 잘못된 이분법이라고 생각하고, ‘직관적이라는 표현을 친숙함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기에 빈서판(blank slate) 미신을 더해놓은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위 마우스 이야기에서 학습된 친숙함 말고도 건질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 http://alank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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