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6. 27.

포카요케에 대한 부연

최근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의 포카요케(실수 방지)에 대한 글을 두 개 읽었는데요:

온/오프라인에서의 포카요케 사례
실수 방지 디자인


두 글에서 모두 포카요케를 너무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연을 하고자 합니다.


1. 포카요케란?

도요타 방식에서 말하는 포카요케는 실수/오류에 대비하는 모든 방법을 통칭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 방법에 의거하여 실수/오류를 방지 혹은 대처하는 것을 뜻합니다:

애초에 실수/오류가 일어날 수 없도록 제약하기
그게 불가능하다면 실수/오류를 최대한 빨리 알려주기



2. 건전지 디자인과 토글 스위치의 상태

온/오프라인에서의 포카요케 사례에서 말하는 첫번째 사례(건전지 디자인)의 경우 "어떻게 끼우더라도 작동하도록 하는 디자인"이 포카요케의 사례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건전지 디자인에 포카요케를 적용한다는 것은 거꾸로 넣으려고 하면 아예 들어가지를 않거나 거꾸로 넣는 순간 경고음이 나거나 하는 방식 등을 말합니다.

두번째 사례(토글 스위치)도 유사한데, 굳이 포카요케라고 하기보다는 어포던스(perceived affordance) 혹은 feed-forward(feedback에 대응되는 의미, 특정 행위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정도의 용어가 이미 널리 쓰이기도 하고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위치 UI에 포카요케를 적용하는 사례라면 예를 들어, 특정 스위치를 끄지 말아야하는 상황이라면 그 스위치가 켜진채로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예 끄지 못하게 만들거나, 쓸 수 없는 스위치가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거나, 그 스위치를 끄려고 할 때 경고를 하거나 등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3. 포카요케의 네 가지 분류?

실수 방지 디자인에서는 포카요케를 경고(warning), 복구(undo), 우회(detuor), 통과(pass)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또한 포카요케를 너무 자의적으로/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느낌입니다. 위 분류법에 맞춰 말하자면 포카요케는 일차적으로 우회(detuor), 그게 안될 경우 경고(warning)를 주자는 의미이고 포카요케에서의 우회란 어포던스나 feed-forward 등에 의한 우회가 아니라 아예 제약(constraints)을 걸어버리는 방식의 우회를 특별히 뜻합니다.

게다가 통과(pass)의 경우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넘겨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고장감내(fault-tolerant) 혹은 탄력성(resilience) 등과 유사한 개념으로 포카요케와는 대비되는 방식입니다. 고장감내나 포카요케나 오류/실수에 대처한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이 정반대인데, 고장감내는 오류/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끌고 가는 것이고 포카요케는 오류/실수가 애초에 발생하지 못하게 하거나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멈춰버리는 것입니다(프로그래밍으로 치자면 Design by Contract 혹은 Defensive Programming 비슷하고, 보안 쪽으로 한정짓자면 Security by Design 혹은 Capability-based security 같은 느낌).


4. 용어 하나 가지고 뭘...

용어 하나 가지고 깐깐하게 구는 이유에 대해 부연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어포던스나 UX 같은 용어들은 (외국 사람들하고는 얘기를 별로 못해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뜻이 너무 많아서 아무 뜻도 없는 "죽은 용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이는 용어들을 모호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죽은 용어가 늘면 그 분야(및 해당 분야에 속한 개개인들)의 발전이 더뎌지지 않을까요.

방문자도 얼마 없는 한적한 블로그에서 끄적거린다고 무슨 큰 변화가 생기겠느냐마는, 그냥 한 번 꿈틀거려봅니다.


출처 : http://alank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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