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2. 6.

“Apple처럼 oooo하게 해 주세요”


어플리케이션 GUI 디자인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들로부터 한동안 들어야 했던 말은 “iTunes 처럼 oooo하게 해 주세요” 였습니다..  oooo은 다양한 표현들이었지만 어쨌든 ‘iTunes처럼’ 으로 시작하는 요구 사항들이었죠. 이후 모바일 프로젝트에서는 “iPhone처럼(보다) oooo하게 해 주세요”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관용구처럼 쓰이게 된 데에는 애플의 뭔가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일 겁니다. 자타공인 최고라 할 수 있는 Apple사의 제품 디자인, GUI 디자인에 대해 짚어 보고 싶었습니다.
삼성, LG 같은 가전 제품 회사가 100가지 메뉴를 골고루 갖춘 식당이라면 Apple은 전문 메뉴를 가진 식당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점이 제품의 일관된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에 유리했고, 이런 강점이 GUI디자인 컨셉과 스타일 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환경이 똑같이 주어진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몇 년간 트랜드를 이끌어 갈만한 미래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끌어 내기 위해 피나는 시도와 도전, 고뇌의 과정이 있어야겠죠.
오랜동안 MAC OS GUI테마였던 Apple platinum은 GUI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은 그래픽이었지만 Apple의 제품 디자인과는 별개로 진화했던 것 같습니다.
iMAC과 Apple yosemite 기종부터 Apple은 보다 선도적인 제품 소재(Material, Color, Finishing)를 선택하여 제품에 적용해 왔고 소재 컨셉을 그대로 GUI 디자인에 표현하기 시작했죠.
Aqua style은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래픽 분야에서도 선풍적이었습니다.다시, Apple 제품의 이미지를 만들 제품 소재(aluminium)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GUI에 적용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OS)를 같이 만들어 제품 라인 전반에 반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보여 줍니다. Apple에게는 컴퓨터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눈다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둘은 몸과 마음 같아서 제품을 만들 때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철학을 느끼게 합니다.
iPod / iPhone의 GUI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 보면, 전면의 강화 유리 재질감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능에 따라 터치 외관 부분이 매번 실재 유리 재질의 콤포넌트들로 (물리적)재구성된다고 상상했을 때 도출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상상해서 표현하느냐는 GUI 스타일과 컨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민거리입니다. 그런데 많은 GUI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고민 없이 애플 스타일의 완성도만을 따라 그리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하드웨어 이미지와 소프트웨어 이미지가 자체의 퀄러티뿐 아니라 서로 조화를 잘 이루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것은 아닐까요.
음... 애플 모니터를 보다가 언뜻 스친 생각인데요... LCD/LED패널이 꺼졌을 때 Black이 아니라 aluminium 컬러와 질감으로 보여질수만 있다면 모니터를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 (좀 오버인가? 어디까지나 제 상상입니다.)
이쯤되면 애플의 그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기술의 가치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애플이라면, 요즘 주목을 끌고 있는 투명 패널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예전에 다소 허접하게 투명 body를 선보인 적이 있긴 하죠.
삼성이 투명 amoled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투명 패널과 가장 잘 어울리는 OS GUI 디자인과 기막히게 정리된 내장이 다 들여다 보이는 투명 컴퓨터 본체를 만들어낼 만한 곳은 애플 밖에 없어 보이네요...:)
투명이든 뭐든 애플이 또 어떤 상상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인 지, 동종 업계 사람들을 또 얼마나 난감하게 만들 지 궁금합니다.

출처 : http://story.pxd.co.kr/

12. 12. 4.

실리콘밸리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하는 이상진


profile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건축가를 꿈꿨으나, 고등학교 때 아트센터 캠퍼스를 구경한 후 디자인에 반해 아트센터에 입학했다. ‘생활에서 쓰고 접하는 모든 것’을 디자인으로 새롭게 변화시키는 매력 때문에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미국 디자인 회사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미쓰비시 일렉트릭에서 일했고, 1999년 삼성 아메리카 디자인 샌프란시스코 스튜디오를 거쳐 2005년부터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하디자인의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디렉터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0년 설립한 스마트폰 액세서리 브랜드 아크왓를 운영하고 있다.

역시 디자이너는 주변의 사물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나 보다. 디자이너 이상진이 디렉터로 있는 하디자인(HaAdesign)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 새 컴퓨터를 세팅하던 날, 그는 상자에서 나온 스티로폼 덩어리를 대충 깎아 아이폰 케이스를 만들었다. 재미 삼아 ‘뚝딱’ 만든 거였는데 나름 괜찮았다. 이후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고 여유가 생긴 틈을 타 팀원들과 아이폰 케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로 브레인 스토밍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 유투브에 올렸는데, 해외 디자인 블로그에 소개되는 등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브랜드 ‘아크왓(Arkwhat)’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오랫동안 클라이언트의 디자인을 하다 보면 상상력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디자인 서비스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실현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로 제품까지 만드는 게 즐겁습니다.” 디자인 실무부터 전체적인 브랜드 전략 및 마케팅까지 관리하는 디자인 디렉터로서 지금까지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해왔지만, 제품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직접 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또 새로운 경험이다. 그것도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말이다. 


아이폰 케이스 ‘아크히포(Arkhippo) 1’, 아이폰 스피커 ‘아크카나리(Arkcanary) 2’
아크히포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아이폰 케이스다.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디지털 제품에 감성을 담고자 했다.
나팔 모양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눈에 띄는 아크카나리는 아이폰 스피커다. 모두 아크왓에서 선보이는 제품.


1 애완동물 액세서리 K10 하디자인이 기획한 애완동물 액세서리 제품으로 밥그릇, 줄, 장난감 등을 한 가지 룩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애완동물 액세서리 회사와 진행한 프로젝트였으나 안타깝게 제품으로 생산되지는 못했다. 

디지털 MP3 성경책 MP3 회사가 미국의 남침례교회를 위해 만든 디지털 성경책이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두 진행해보니 이전과 현실을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졌어요. 브랜드 포지셔닝까지 생각하는 등 전체적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하디자인을 운영하기 전 그는 일본 미쓰비시 일렉트로닉(Mitsubishi Electric)과 삼성 디자인 아메리카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스튜디오를 거쳤다. 학창 시절부터 지냈던 미국을 떠나 미쓰비시로 가게 된 건, 일본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곧 그에게 도전이었기 때문.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 디자이너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들은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를 잘 표현하지도 않았죠.” 그런 분위기에서도 그는 상사로부터 ‘좋다’는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맘에 매 프로젝트마다 큰 벽 하나를 스케치로 채우기도 했다. 미쓰비시에서 일하던 그는 삼성에 스카우트돼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삼성 디자인 아메리카 샌프란시스코 스튜디오에서 브랜드 디자인 전략을 구축하던 그때가 한국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한 첫 번째였다. 

디자인 결과물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이 적응되지 않아 오히려 한국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불편하기도 했단다. 그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디자인은 디자이너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기업 철학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금은 하디자인의 디자인 디렉터로서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아크왓의 대표로서 브랜드 마케팅까지 신경 쓰느라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의 노력은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해 실현하지 못했던, 그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거다. “사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새롭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의미 있게 풀어낸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 될 거라는 걱정 때문에 실현하지 못한 걸 ‘어디 한번 해보자’ 하는 오기 같기도 하지만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도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디자인한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 레드돗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고, 직접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진행한 제품 브랜드를 론칭한 성과만 봐도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오기’는 곧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1 GS홈쇼핑 정수기 바렌타(Vaarenta) GS홈쇼핑과 함께 개발한 정수기. 물이 나오는 꼭지를 돌려 사용할 수 있어 작은 크기의 컵은 물론 큰 크기의 볼에 물을 담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2010 레드돗 디자인 어워드 수상.
2, 3 TMSK 티 세트 상하이에 있는 유리를 테마로 한 레스토랑 TMSK(透明
思考, Tou Ming Si Kao)를 위한 티 세트다. 동양과 서양의 미를 조화시킨 브랜드 이미지를 티 세트에 담았다.


1 삼성 22인치 디스플레이 모니터 삼성 프린터와 함께 디자인한 모니터. 모니터 외에 다른 오피스용 기기도 모두 디자인해 삼성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완성했다.
2 삼성 컬러 레이저 프린터 삼성 디자인 아메리카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면서 미국 시장의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를 겨냥해 ‘심플한(simple), 오래가는(durable), 아이코닉한(iconic)’을 키워드로 디자인한 1세대 컬러 레이저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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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진출하고 싶은 디자이너에게 한마디

“많이 보고 느낀 감성을 디자인에 담는다면 어딜 가든 경쟁력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무를 하면서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보고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보고 배우는 것으로 무엇을 보는 눈이 높아지면 그만큼 느끼는 점이 많아 감성이 살아납니다. 그 감성으로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툴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자꾸 보다 보면 어떤 것이 ‘왜’ 아름다운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느낀 감성을 쌓아 자신을 발전시킨다면 세계 어디를 가도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