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7. 17.

2012년 상반기 IT 업계 최악의 사건 사고

마야 달력상 인류 마지막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2012년의 눈에 띄는 사건들을 돌아보기에 좋은 시점이다. 앞으로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 지금까지 최고의(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최악의) IT 업계 사건 목록을 살펴보자.  


1. 페이스북의 뻔뻔함

그리스가 트로이에 거대한 목마를 건네 준 이래 가장 큰 기대를 모은 IPO였고, 그 결과는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트로이 목마 못지않은 재앙이었다. IPO 주가 폭등과 기술 주식의 호황기 대신 우리가 목격한 것은 수습 불가능한 혼란이었다. 페이스북 주식이 거래되기도 전에 나스닥부터 폭락했다. 페이스북 주식은 잠깐의 상승 후 급락했고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이 기사를 작성하는 현재 최초 제안 가격의 약 3분의 2 수준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이유는 이렇다. IPO 로드쇼에서 페이스북은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예상되는(즉, 현재는 없는) 모바일 매출 전망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는데, 이 정보는 일반 대중 투자자들에겐 공유되지 않았다.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설정을 "주요 기관 투자자들과만 공유"하기로 설정한 듯하다.


2. 특허 난장판

지난 봄 미친 특허 변호사 군단이 IT 업계를 점령했다. 페이스북과 야후, 애플과 삼성, 오라클과 구글...목록은 끝도 없다. 심지어 판사들조차 이 상황에 질린 것 같다. 지난 6월 미국 연방 판사 리차드 포스너는 모토로라와 애플 간의 소송에서 모토로라의 주장은 "터무니없고" 애플의 소송은 "경솔하다"고 지적한 후 같은 건으로는 재차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까지 걸어서 소송을 기각했다. 나머지 3,300명의 미국 연방 판사가 이 판사의 뒤를 따른다면 사태가 좀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3. 야후의 이력서 게이트

누가 봐도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서, 야후는 한층 더 나빠졌다. 새로 임명된 CEO 스콧 톰슨이 막 직원 정리해고를 시작하고 특허 위반 명목으로 페이스북에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서, 그의 이력서가 완전히 엉터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톰슨은 컴퓨터 과학 학위를 받지 않았다. 그는 실수라고 말했지만, 10년 이상 그 실수를 계속 저지르며 살았던 셈이다. 결국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면 아무도 원하지 않을 야후 CEO직을 톰슨이 수락한지 3개월 만에 분노한 투자자 댄 로브는 가짜 이력서를 이유로 톰슨을 해고했다. 로브는 새로운 임시 CEO 로스 레빈슨에 대해서는 흡족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레빈슨의 최대 업적은 뭘까? 그는 2005년 당시 전 직장인 뉴스 코퍼레이션이 마이스페이스를 거의 6억 달러에 사들이는 데 일조했다. 야후 CEO로 어울린다.



4. 정말이야, 시리?

그저 그런 아이폰 4S에서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새로운 기능인 시리가 가끔 멍청한 말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WMPower User의 블로거가 "세계 최고의 휴대폰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애플의 똑똑한 비서 시리는 "노키아 루미아 900"이라고 답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걸까? PC 월드의 에드 오스왈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시리는 질문에 답할 때 괴짜 검색엔진인 울프람 알파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참고하는데, 이 울프람 알파는 스마트폰에 대한 정보를 하필이면 베스트바이에서 가져온다. 베스트바이의 웹 사이트를 보면 노키아 900에 대해 별 5개를 준 리뷰가 몇 개 있는데, 시리는 이것을 보고 답변한 것이다. 결국 애플은 시리의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이 질문에 대해 아이폰을 암시하는 답변을 하도록 했다. 다른 질문이 있는가? 하지 말라.



5. 구글의 거짓말과 염탐 행위

구글은 수백만 개의 공개 와이파이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몇 년 동안 의도적으로 수집하면서 아무한테도 그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던가? 맞다. 구글은 그랬다. 구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염탐 행위를 조사하는 당국자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알고, 언제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계속 거짓말까지 했다. 지난 4월, 많은 부분이 삭제된 25페이지 분량의 사건 관련 FTC 보고서를 원본 그대로 공개하라는 명령이 구글에게 내려진 후에서야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명백히 밝혀졌다. 구글이 말하기를 "사악해지지 말자"고 했던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6. SOPA, PIPA, CISPA -- 우울함

무차별적인 의회 입법의 머리 셋 달린 괴물이 이번 봄 인터넷 마을을 휩쓸고 지나갔다. 인터넷 주민들은 많은 지지를 받은 인터넷 "블랙아웃"을 통해 괴물의 머리 두 개는 잘랐지만, CISPA는 남았다. CISPA를 지지하는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업들 덕분이다. CISPA, 즉 사이버 정보 공유 및 보호 법안은 지난 4월 하원을 통과했고 현재 비슷한 두 법안과 경쟁 관계에서 상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수호 모임(Internet Defense League)을 결성했다. 아이언 맨과 인크레더블 헐크를 설득해서 여기 가입시킬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을 텐데.



7. 냉전시대에 돌입한 사이버 전쟁 

미국은 사이버 전쟁을 좋아하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 시절 시작되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이어진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NSA와 이스라엘 비밀 정보국이 공동 개발한 스턱스넷 웜을 이란 우라늄 처리 시설에 주입해 원심기를 고장내고 재료를 망쳤다. 그러나 스턱스넷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컴퓨터 시스템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스턱스넷의 사촌격인 플레임이 중동의 네트워크를 맹렬히 감염시키고 있다. 언제, 어디서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8. 윈도우 폰의 허망한 야심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폰 7.5의 속도를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한 나머지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방문자들을 상대로 '윈도우 폰을 잡아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일련의 기본적인 작업에서 다른 스마트폰이 윈도우 폰 7보다 빠르면 그 주인은 1,000달러짜리 HP 노트북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이벤트가 시작되고 며칠 후, 사하스 카타의 안드로이드 폰이 윈도우 폰을 앞질렀는데, 그 순간 스토어 직원들이 경연을 무효로 선언했다. (대략 하루가 지난 후 마이크로소프트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는지 인지했는지 이 결정을 번복한 후 카타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마케팅 담당자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는지 궁금하다.



9. 애플에게 "탈옥(j***break)"은 금지어

애플에게 유머 감각이 없다고 말하는 자 누구인가? 아이폰에 대한 탈옥을 계속 허용하도록 DMCA를 개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리가 열린 그날, 애플 스토어의 누군가가 "jailbreak"라는 단어를 검열했다. 심지어 씬 리지(Thin Lizzy)의 유명한 동명 곡까지 검열 대상이 됐다. 애플은 씬 리지의 "더 보이즈 아 백 인 타운(The Boys Are Back in Town)"을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더 나은 노래이기도 하다.)



10. 줄줄 새다

지난 1월, 자칭 '다마라자의 군주'라는 해커 그룹이 노턴 안티바이러스의 소스 코드를 웹에 게시했다. 2월, 어노니머스는 자신들을 어떻게 검거할 것인지에 대해 FBI와 스코틀랜드 경찰국 간에 이루어진 통화를 도청한 다음 이것을 유튜브에 오디오로 게시했다. 같은 달 보안 컨설팅 업체 스트랫포 글로벌(Stratfor Global)의 이메일 500만 통도 어노니머스에 의해 온라인에 공개됐다. 3월에는 제로데이 원격 데스크톱 악용 사례가 웹에 확산됐다. 이 코드의 소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로데이 공격을 식별/억제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러시아 해커가 링크드인 사용자 600만 명의 해시된 암호를 훔쳐 온라인에 게시했다. 이 해커는 자신이 아는 암호 해커들을 모두 모아서 이 암호를 디코딩했다. 너무 게으른 나머지 보안 수단을 구현하지 않아 해킹될 사이트는 아예 인터넷을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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